벙커 탈출 슬럼프 탈출의 고속열차[김태엽의 PEF썰전]

입력 2022-09-16 18:05   수정 2022-09-19 15:01

이 기사는 09월 16일 18:0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요즘 필자는 슬럼프에 빠졌다. 지지난달 오셔서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B2B (Bunker to Bunker)병, 한여름 남몰래 와서 나도 모르게 가신 생크병, 두 달 기다려서 받은 신형 드라이버가 계속 짧아서 물에 빠지는 짧순이병, 내리막 훅라이에 홈런을 치는 퍼팅 울렁증, 도대체 뭘 먹었는지 모르겠는데 오셔서 일주일간 계시다간 장염을 모두모두 극복한 용감한 필자에게도 극복하기 힘든 그 분. 진짜 슬럼프가 와버렸다!

도대체 나의 킥플립은 언제 첫 성공이 될지 기미가 보이지 않고, 필자의 자랑인 인스타그램은 345명 대에서 딱 멈춰섰다(비웃지 마시라, 나름 심각하다!). 큰 부상 뒤 천천히 스며드는 트라우마 때문인지 첫째 딸의 스케이트 보드도 나와 함께 멈춰 있고, 장염으로 잠깐 빠졌던 나의 가브리살 아니 옆구리살들도 다시 돌아왔다.

그보다 더 심각한 슬럼프도 있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모두 내 머리 탓이다. 투자한 귀염둥이 회사들 중 두 개나 매출 성장이 지지부진하고, IPO를 기다리는 두개의 회사들도 그 진도가 고만고만한데, 정작 이를 돌파할 뾰족한 묘수가 생각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제일 큰 슬럼프는 나름 투자, 그리고 경영 전문가라고 (겁대가리 없이) 자칭하는 필자가 이미 작년부터 공공연히 장담하고 예측했던 고인플레, 고이자율의 시대를 막상 맞이하면서 그 여파를 온몸으로 겪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런 위기의 시대가 언제쯤 끝날지, 어떻게 끝날지 자신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다행히, 그리고 그나마 인생에서 재미있는 점은 모든 슬럼프는 그 끝이 있다는 점이다. 상당히 정기적으로 슬럼프에 빠지는 필자이지만, 역시 진흙탕수저답게 노빠꾸의 마인드로 무장하여 슬럼프를 그냥 뚜벅뚜벅 걸어나오면 된다는 점을 몸소 겪어 알고 있다. 벙커샷을 상당히 잘하는 편인 필자에게 항상 그 비법을 물어보시는데, 뭐 벙커 샷 별 거 아니다, 자주 빠져보면 된다!

자자, 오늘은 모두들 용기를 내어 지나친 셀프디스와 함께,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들이 어떻게 슬럼프에 빠지고 어떻게 극복하는지 이야기를 해보겠다. (오늘은 기필코 길지 않게 간단히 쓰고야 말겠다!!)

1. 슬럼프를 인정하라

슬럼프에서 가장 빨리 나오는 첫걸음은 다름 아닌 슬럼프를 담담히 인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필자의 짧지 않은 29년 평생을 뒤돌아 봤을 때(죄송하다), 슬럼프의 100%는 (i) 정체 모를 남과의 비교, 그리고 (ii) 달성하기 힘든 자기와의 약속을 (역시나) 지키지 못했을 때 왔다.
- 경제학도도 아닌 내가, (유투브에 난무하는) 세계적 헤지펀드 매니저들처럼 글로벌 경제 위기를 예측하고 그 종결을 예언할 만큼 나는 공부를 하고 있는가?
- 일주일에 한 두번 탈까말까하면서 (인스타그램에서 늘 나오는 멋진) 킥플립을 완성할 수 있을 만큼 나는 스케이트 보드 연습을 하고 있는가?
- 아침마다 나를 기다리는 러닝 머신을 20분씩 뛰겠다고 하면서 나는 매일 20분 일찍 일어나고 있는가?
- 시가총액 5000억을 달성하겠다고 하면서 영업이익 500억원을 벌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는가?
- IRR 25% 수익률을 달성하겠다고 하면서 3년차 매출 1.5배 성장을 이루고 있는가?

이런 저런 수많은 인생의 목표들을 내걸면서 이게 달성이 안되면 슬럼프에 빠지는 일을 반복하는 것은, 어쩌면 꿈을 꾸는 인간들의 숙명일지 모른다. 오히려 내가 내년에 하고픈 일들, 내가 10년 뒤 하고픈 일들이 없고, 이를 이루고 싶은 욕망, 그리고 이를 이루어낸 (주변에 수많은) 롤모델들을 부러워하는 마음이 없다면 슬럼프는 평생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슬럼프는 겪는다는 것은 좋은 것인 것이다! 나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면 기뻐하자. 나는 욕심쟁이, 꿈꾸는 소년 소녀다. 이제 할 일은 내 꿈과 현실의 간격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2. 조직 내 목표를 단순하지만 명확하게 정하라

내가 투자한 회사들도 필연적으로 슬럼프에 빠진다. 통상 투자 첫 1~2년에 많이 빠지는데 투자를 준비하면서 준비했던 수많은 계획들을 토해내면서 이를 최대한 빨리 성취하고자 하는 욕심많은 경영진들과, 또 이들을 채찍과 당근으로 무지하게 밀어붙이는 투자자들, 그리고 이런 압박을 충분히 이해 못 한 채 "주인이 바뀌니 회사 분위기가 좀 거시기 하네" 하면서 방황하는 직원들 사이의 온도차는 슬럼프를 위한 퍼팩트 스톰을 곧잘 만든다. 사례를 들어보자.

필자가 수 년 전 투자한 제조업체 A는 작지만 글로벌 톱 5에 속하는 강소 화학 기업이었다. 승계를 할까 매각을 할까, 아님 좀 더 키워서 매각을 할까 고민하는 창업주를 열심히 꼬드겨서 경영권을 인수한 우리는 인수하자 마자 미리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비록 화학 산업 그리고 CEO로서는 경험에 없지만 제조업에는 잔뼈가 굵은 카리스마 200점 B임원을 CEO로 전격 영입했다. 그리고는 중국 사업 확대와 신제품 개발을 통해 기술기업으로의 전환을 빠르게 추진한 후, 미국 혹은 유럽계 경쟁사로 낼름 팔아 먹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투자를 집행했다.

그러나 아,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왜 맨날 이러지?). 개발과 영업 생산을 모두 리드하고 있던 슈퍼스타 우주 빌런급 창업주 C회장님의 손에서 무럭무럭 크고 있었던 회사는 그러나, 이 C회장님이 우리와 매각 논의를 6개월 넘게 끌면서 모든 에너지를 매각에 쏟았던 나머지, 영업선 관리와 신제품 개발에는 딱 손을 놓고 있었다. 회사를 인수하자마자 그 부작용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는데, 제일 큰 회사의 고객이 인수한지 6개월도 안돼서 떨어져나갔고, 떠나가려는 님을 잡을 만한 '쌔끈한 신제품'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개발되어있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냉랭해지면서 거의 10여년간 회사와 회사가 속한 산업 전체의 성장을 이루어냈던 중국 수출 물량이 반에 반토막이 나면서 회사는 한 번 더 휘청했으며, 그나마 개발이 끝나가던 중국향 제품도 빛을 보기 전에 창고로 직행하는 비극이 벌어지고 말았다.

회사의 총체적인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회사의 위기 대응 능력은 평점 이하였다. 카리스마 뿜뿜인 B 대표는 그러나, 창업 공신이자 고집 불통인 회사의 중역들과 끊임없는 충돌을 일으켰고, "뭔가 빨리 해보려는 대표"-"속이 타서 닥달하는 투자자"-"팔고 느긋해진 창업주"-"창업주의 느긋한 속도에 맞춰진 직원들"이 불협화음을 내면서 회사는 매출과 이익이 모두 흘러내리는 슬럼프에 빠진 것이다!

시장도 줄고, 회사의 신제품도 변변찮고, 그나마 있던 고객도 떠나가는 퍼팩트 스톰이 시작된 후에야 우리는 맨탈을 주어담고 쉬운 것부터 챙기는 'back to the basic'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제일 먼저 한 것은 우리의 전략이 실패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러고나니 해결책의 그림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기존 조직과 새로운 경영진 사이의 불협화음을 없에기 위해, 카리스마 B대표보다는 화학업을 이해하고, 좀 더 인덕이 좋은 CSO를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조직 쇄신을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지금 조직이 deliver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정의해 보았다.

(a) 최우선으로 3개월 내 "으쌰으쌰" 할 수 있는 조직 문화/융화를 만들 것
(b) 창업주가 빠진 상황에서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시간과 성공 가능성에서 어렵다고 결론짓고, 시장에서 이미 개발된 제품들을 6개월 내로 인수해서 주력 제품화할 것
(c) 12개월 내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주력 고객군을 전환할 것

딱 기한을 정해두고 미션의 우선순위를 정하니 우리도, 새로운 경영진도 훨씬 자원을 할애하기 편해지기 시작했다. 이미 개발된 제품군을 인수하는 데에는 당초 생각보다 10개월 정도 더 걸렸지만, 인성 좋고 끈기있는 신임 대표이사는 특유의 노동적 근면성으로 취임 후 1년 반만에 첫 M&A를 성사시켰다. 반면 대형 미국 고객의 확보는 당초 예상보다 더 빨리 달성되었는데, 당초의 목표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주력 고객군을 이전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에 12개월~18개월 정도 마진을 포기하기로 사전에 정했고, 그에 따라 잃어버린 중국 고객군보다 3배 이상 큰 신규 고객을 확보하여 점진적으로 마진을 개선해나가는 전략을 썼다.

정말 '개고생'의 3년이었지만 신임 대표이사의 '인화 리더십' 하에 회사는 다시 매년 50%씩 크는, 마진 기준 업계 1위 회사로 성장하게 되었고, 두차례 더 M&A를 하면서 당초 계획한 성장을 90% 가량 달성하게 되었다.

3. 쉽게 달성할 수 있는 value creation을 통해 성공의 경험을 맛보아라

A기업 사례에서 가장 중요했던 점은, 조직의 패배의식 혹은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작은 계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위 사례에서는 의외로 미국의 대형 고객사를 잡은 점, 그리고 많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첫번째 M&A를 무사히 마무리했던 점이 크게 기여를 했다.

비록 위의 사례는 정말 다행히도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적지 않은 경우 슬럼프의 구렁텅이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를 종종 만나게 된다. 이 경우 내가 느끼는 점은, (i) 슬럼프라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하거나, (ii) 마음 속으로는 알고 있는데 이를 타파할 결정적 꼼수 한두개를 진짜 잘 몰라서 그러는 경우가 있다. E그룹 사례를 들어보자.

골프 모임을 하면서 우연히 알게된 E그룹 회장님은 대대 손손 70여년째 이어오는 굴지의 중견 그룹 오너셨다. 그룹의 역사도 역사지만, 온화한 인품, 수 대째 내려오는 정관계 인맥, 그리고 국내외 top school을 줄줄이 다니고 친척들을 보내온, 정말 다 가진 금수저 가문의 귀족같은 회장님의 매력에 나도 존경과 흠모의 마음을 저절로 품게 되었다.

그런데 참 신기한 점이 하나 있었다. 이렇게 좋은 인품의 오너, 온화한 기업 문화,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데도 그룹의 상장 계열사들의 주가는 바닥을 기고 있었다. 보다 못한 오지랖 대마왕인 필자는 그 와중에 친해진 계열사 사장님께 앙탈을 부렸다. "F 행님, 거 주가 관리 좀 해주세요~ 경쟁사 G그룹이 더 잘나가는 거 보면 제가 다 배가 아파요!!" 그러나, 이 때 돌아온 것은 나의 상상을 초월한 대답이었다!

"어허, 김대표 순진하구먼. 우리 회장님도 얼마 있으면 승계를 해야 하는데, 주가가 높아지면 혼나! 무슨 돈으로 상속세를 내냐구~"

그러나 사석에서 내가 알던 E그룹 회장님의 관심사는 전혀 달랐다. 그룹의 사세가 선대 때 대비 쪼그 들지는 않았는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경쟁 그룹/가문들은 요즘 뭘 하고 있는지, 왜 잘하고 있는지, 우리 그룹은 뭘 하면 좋을지, 새로운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등. 지금도 무엇이 진실일지 100% 알 수는 없지만, 회장님과 임원들의 온도차이, 그리고 그 사이에서 오는 묘한 지키기 작전은 우수 인재들을 수 년간 경쟁사에 빼앗기면서 국내외로 사업의 입지도 서서히 좁아지게 되는, 초장기 슬럼프에 그룹을 빠뜨리게 된 것이었다.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비단 그룹 레벨에서만 일어나는 것만은 아니다. 아니 사실 정말 많은, 승계를 앞두고 있으나 대책은 없는 상장 중견 기업들에서 너무너무 흔하게 관찰되는 현상이다. 심정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이런 회사들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이 들으면 억장이 무너질 일인 것이다! (네이버 주식창을 열어서 PER 기준으로 쭉 정리를 해보자. PER 6x이하의 회사들이 이렇게 많은지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이런 회사들, 그룹들을 볼 때마다 (우리 펀드의 투자를 받는다는 전제 조건으로) 슬럼프에서 갈길을 잃은 경영진들에게 필자만의 꼼수를 전수한다. 세세한 것은 인스타 디엠 혹은 맛있는 점심이 포함된 대면 만남에서만 가르쳐 드리겠지만 수박을 싹 한번 핥듯 비법 공개를 해보겠다.

슬럼프에 빠진 회사 구하는 초간단 비법

(가) 쉽게 접을 수 있는 손실 사업과 조직 정리하기
돈버는 신사업을 찾기는 진짜 힘들지만 돈까먹는 사업부, 돈까먹는 조직을 찾기는 너무 쉽다. 10분 만에 찾을 수 없다면 CFO부터 내보내자. 돈 까먹는 사업을 접으면, 내년부터 그만큼 이익이 는다. 이렇게 접는 걸 보고 애매한 조직들도 정신을 바짝 차리는 건 덤이다. 성장하지 않고 돈도 못버는 사업은 죄악이다.

(나) 구매 프로세스 바꾸기
예전에도 이야기 한 적이 있지만 나는 투자를 하면 반드시 공급처 리스크를 훑어보고 구매처들을 한번 '다구리' 쳐본다. 3년 이상 같은 공급업체에서 받으면서 단가나 조건 협상을 안했다면 담당자를 짜르자. 그리고 그 공급업체를 찾아가 보자. 저절로 단가가 낮아지는 기적이 발생한다.

(다) 청소하기
청소하기는 참 너무 단순한데 안 해서 속이 터질 지경이다. 제조업, 유통업을 한다면 청소 정리를 하자. 그럼 공정 라인 안에 널부러져 있는 재고들, 부품들이 정리되면서 운전자본 비용이 줄고, 동선이 개선되면서 생산성도 좋아지고, 우리 귀염둥이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도 높아진다. 내가 투자할 때 라인 실사를 가면 1등으로 보는게 공장/창고 청소 상태, 2등으로 보는게 직원들 복장 상태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도 있다 (웨지샷을 보면 드라이버 샷을 알 수 있다!!!)

(라) 컨설팅 받기
이도 저도 못하겠으면 전문가에게 맡기자. 컨설팅 돈 아껴서 그 비용 이상으로 수익 내는 회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컨설팅 비용이 너무너무너무 아까우면 돈 못버는 사업부 하나만 문 닫아라. 그렇게 절약된 비용으로 좋은 컨설팅사를 써보자. 그래도 손해봤다고 생각하시면 필자에게 오셔라. 그 회사, 제가 인수해 드리겠다 챱챱!

4. 공부하라! 그래서 저평가 되어 있는 자산을 찾아내라

슬럼프가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슬럼프가 왔거나 오기 전에 해야할 일은, "만약에 슬럼프가 온다면"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필자가 추천하고, 또 실제로 하는 것이 다름 아닌 '공부'다. 뭐 다들 공부가 제일 쉽지 않으신가~? (아님 스케이트 보드를 사셔서 킥플립을 해보시라 - 공부가 쉽다!)

한 6년 전인가? 공부하면 또 다리 좀 떤다고 자청하는 필자에게도 풀리지 않는 신비한 섹터가 있었으니 그 이름하여 바이오 산업이었다. 도무지 리서치 리포트를 읽고 애널리스트들을 만나도 바이오의 세계는 너무 깊고 심오해서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짜고 누가 구라쟁이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10억씩 찔끔찔끔 투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추천을 받아서 6개월 간 S모 대학교의 바이오 과정을 '내돈내산'으로 수료했다.

물론 달랑 6개월 공부했다고 바이오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최소한 큰 틀에서 어떤 것들이 있고, 누구를 찾아가면 뭘 아는지 대략의 인맥을 구성할 수 있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었다. 이후로 누가 물어보면 꼭 이 과정을 진심 추천하고는 했는데, 특히 수업 내용도 좋지만 같이 공부한 학우들이 제약/바이오 산업 임원 - 투자 업계 - 신사업을 꿈꾸는 일반 제조/산업 오너 등으로 골고루 구성되어 있었고, 하나 같이 사람들이 너무너무 좋았다.

이 바이오 과정 학우들과는 코로나 전에는 거의 매달, 코로나 와중에도 온갖 핑계를 대고 적어도 두 세 달에 한번씩은 만나곤 했는데, 더더욱 놀라운 것은 여기 참여한 임원/오너들이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 지난 6년간 상장을 하거나 혹은 이미 상장된 주가가 꾸준히 올라서 최소 2배, 최대 6배 이상 커지는 기염을 토한 것이었다.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뭐지?

그 대답을 바로 그 바이오 과정 번개 술자리에서 시작된 수다에서 최근에야 찾을 수 있었다. "김대표, 간단하지~ 임원들한테까지 그렇게 신경쓰는 오너가 있으면 사업에는 오죽 신경을 쓰겠어?" 표현이야 간단했지만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더 이해가 쉬웠다. 인재는 모을 수도 있지만, 키울 수도 있고, 프랜차이즈 스타야말로 충성도와 실력이 동시에 갖춰진 '찐 슈퍼스타'인 것이다!

필자는 이 사건 이후로 투자를 하거나 투자를 염두해 둔 정말 진심 다양한 기관이나 기업들에서 별의별 주제로 요청이 오는 그룹 임원 교육에 부쩍 재미를 붙이고 있다. 이런 임원 교육을 나가다 보면 유난히 오너 레벨에서 임원들 교육을 찾아서 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멀쩡하게 잘 나가는 기업에서 임원들을 수십명씩 모아두고 인당 몇백만원 하는 교육을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서너달씩 시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 그래서 이런 부탁이 오면 꼭 나가고, 악착같이 투자를 해보려고 노력을 한다. 필자가 투자를 한 M그룹의 경우, 아예 한술 더 떠서 이런 임직원 교육을 하는, 그러나 망해가고 있던 모 기관을 인수해서 2년만에 흑자 전환을 시키고, 이제는 경쟁 그룹사들을 대상으로 customize된 임원 교육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물론 말할 필요도 없이 M그룹의 N회장님은 나의 최애 회장님 중 한 분이시다!

자, 이제 슬슬 글을 마무리할 때가 왔다.

우리는 슬럼프를 반드시 겪는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필자는 스케이트 보드 슬럼프, 투자 슬럼프, 그리고 인스타그램 슬럼프를 겪고 있다. 괴롭냐고? 음, 아니 즐겁다. 즐겁게 생각하려고 한다.

슬럼프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달콤한 꿀이자 채찍이다. 그럼 뭘 공부해야 하냐고? 걍 아무거나 하면 된다! 물론 사업을 위해서 필자는 짬짬히 과거의 불황들, 환율 추이 및 내가 투자한 사업에 주는 impact들, 해외 exposure가 큰 산업들과 기존에 투자한 기업들이 해외 exposure를 늘리는 방법들, 취약한 경쟁상대들이 있는 니치 산업들 같은 다양한 토픽을 공부하고 있다. 필자가 외식업을 투자하면서 슬럼프를 겪을 때 역발상으로 투자한 쇠고기 산업의 예를 들어보자. 진심 수많은 분들이 말렸던 투자인데, 다행히도 투자한지 3년만에 4배 정도 키워내고 있다. 이런 행운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가 투자한 외식기업의 납품 업체들을 공부하는 데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돼지고기/참치/닭고기/간장/고추장/된장/김치/두부/카레/라면은 모두 대기업들이 장악했는데, 왜 한국인이 제일 많이 먹고 좋아하는 쇠고기는 무주공산인지에 대한, 지극히 단순하고 초딩적인 의문에서 시작했다.

주변에 손 가는대로, 마음가는 대로 공부하자. 마구마구 하자. 책보기 귀찮으면 너튜브도 좋다. 3프로님들도 계시고, 슈카님도 계시고, 내가 요즘 푹 빠져 있는 초고대문명의 마구마구 파해져주는 당신이몰랐던이야기 님도 계시다. 클래스101도 좋고, 탈잉도 좋고, 프립도 좋다. 그것도 귀찮으면 필자에게 오셔라, 온갖 잡기를 전수해드리겠다. 우리의 관심사가 무럭 무럭 자라나고,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 모든 곳에 관심이 사라질 때 당신의 영혼은 육체를 떠나 천국으로 지옥으로 아님 발할라로 들어가시면 된다. 발할라가 어디냐고? 어이 참 공부가 아니면 웹툰이라도 좀 보시라니깐!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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